주식 시장에서 이성의 둑이 무너지고, 공포라는 거대한 급류가 모든 것을 휩쓰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순간을 패닉 셀링, 즉 공황 매도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전략적인 매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원초적인 본능이 이성을 지배해 버리는 투항의 행위입니다.
패닉 셀링은 부자가 가난해지는 가장 빠른 길이며,
평범한 투자자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가장 흔한 이유입니다.
이 거대한 공포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 본질을 정확히 알아야만 합니다.
1. 패닉 셀링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패닉 셀링은 자산 가격의 급락에 대한 극심한 공포로 인해, 투자자들이 비이성적으로 자산을 내다 파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성이 아닌 감정의 매도
전략적인 매도는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었거나, 더 좋은 투자처를 찾았을 때와 같이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패닉 셀링의 유일한 이유는 공포입니다.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팔아서 남은 돈이라도 지켜야 한다”
“모두가 팔고 있는데 나만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이처럼 패닉 셀링은 마치 불이 난 극장에서 출구를 향해 앞다투어 달려가는 군중의 모습과 같습니다.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어떤 이성적인 판단도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결국 패닉 셀링은 자산의 가치를 분석하는 것을 포기하고, 오직 시장의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되어 내리는 감정적인 결정입니다.
최악의 시점에 손실을 확정하는 행위
패닉 셀링의 가장 비극적인 점은, 그것이 항상 최악의 시점에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하여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즉 바닥 근처에서 매도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이 행위는 그저 평가손실 상태에 있던 나의 자산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실현 손실’로 확정짓는 것과 같습니다.
주식 계좌에 파란색 숫자로 찍혀 있던 손실은 그저 종이 위의 숫자일 뿐이지만, 패닉 셀링을 하는 순간 그 손실은 나의 실제 손실이 되어버립니다.
결국 패닉 셀링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투자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비싸게 사서 가장 쌀 때 파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2. 왜 우리는 패닉에 빠지는가?
아무리 똑똑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시장의 거대한 공포 앞에서는 쉽게 무너집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가진 몇 가지 강력한 심리적 편향 때문입니다.
잃는 고통, 손실 회피 편향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에 따르면, 인간은 같은 크기의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심리적으로 약 2.5배 더 크게 느낍니다.
이를 ‘손실 회피 편향’이라고 합니다.
100만 원을 버는 기쁨보다, 100만 원을 잃는 고통이 훨씬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주가가 급락할 때 우리 계좌에 찍히는 마이너스 숫자는 이 손실 회피 편향을 극단적으로 자극합니다.
이 고통을 피하고 싶은 강력한 욕망은, “지금 당장 팔아서 이 고통을 멈춰야 한다”는 비이성적인 충동으로 이어집니다.
패닉 셀링은 이처럼 손실의 고통을 피하려는 우리 뇌의 자연스러운, 그러나 파괴적인 반응입니다.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공포, 군중 심리
시장의 모든 참여자들이 공포에 질려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하면, 홀로 그 흐름을 거스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밴드왜건 효과, 즉 군중 심리 때문입니다.
모두가 팔고 있는데 나만 가만히 있는 것은, 불타는 집에서 혼자 빠져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합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파는 데에는 내가 모르는 심각한 이유가 있을 거야”
“나만 버티다가 마지막 바보가 될지도 몰라”
이러한 생각은 개인의 독립적인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다수의 행동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만듭니다.
결국 나의 공포가 다른 사람의 공포를 키우고, 그 공포가 다시 나의 공포를 증폭시키는 끔찍한 악순환이 완성됩니다.
눈앞의 하락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우리의 뇌는 최근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최신 편향’이라고 합니다.
지난 몇 주, 혹은 며칠간 주가가 계속해서 폭락하는 것을 목격하면, 우리의 뇌는 마치 이 하락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착각하게 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시장이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우상향해왔다는 장기적인 데이터는, 눈앞의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패닉에 빠진 투자자의 눈에는 더 이상 장기적인 추세선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눈앞에 펼쳐진 깎아지른 절벽만이 보일 뿐입니다.
이러한 시야의 좁아짐이 결국 최악의 투매로 이어집니다.
3. 패닉의 방아쇠는 무엇인가?
시장의 불안감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이 불안을 실제 패닉 셀링으로 폭발시키는 몇 가지 결정적인 방아쇠가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
패닉 셀링은 대부분 누구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외부 충격에 의해 촉발됩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같은 갑작스러운 금융 시스템의 붕괴,
2020년 전 세계를 멈춰 세운 코로나19 팬데믹,
혹은 갑작스러운 전쟁의 발발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확실성을 낳고, 투자자들은 “세상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공포에 휩싸입니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야말로, 이성을 마비시키고 패닉을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입니다.
마진 콜이라는 죽음의 연쇄 반응
시장의 하락을 걷잡을 수 없는 패닉으로 몰고 가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마진 콜’입니다.
빚을 내어 투자했던 사람들의 담보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강제로 그들의 주식을 팔아치워(반대매매) 빚을 회수합니다.
이 반대매매 물량은 주가를 더욱 하락시키고, 이는 또 다른 사람들의 마진 콜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강제적인 매도세가 시장을 덮치는 것을 본 일반 투자자들은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자발적인 패닉 셀링에 동참하게 됩니다.
마진 콜은 기계적인 매도가 감정적인 매도를 낳고, 그 감정적인 매도가 다시 기계적인 매도를 낳는 죽음의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방아쇠입니다.
4. 패닉 셀링이 남기는 상처
패닉 셀링이라는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깊고 쓰라린 상처만이 남습니다.
개인에게 남는 후회와 상실감
패닉 셀링을 경험한 투자자에게 남는 가장 큰 상처는 금전적 손실 그 자체가 아닐 수 있습니다.
진정한 고통은, 자신이 공포에 못 이겨 팔아치운 자산이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급등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데 있습니다.
최악의 시점에 손실을 확정하고, 이후의 V자 반등 장세에서 완벽하게 소외되는 경험은 투자자에게 깊은 후회와 자괴감을 안겨줍니다.
이 트라우마는 너무나 강력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주식 시장에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거나, 다음 상승장에서 너무 일찍 이익을 실현해버리는 소심한 투자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패닉 셀링은 돈뿐만 아니라, 투자자로서의 자신감과 미래의 기회까지 앗아가는 행위입니다.
시장의 투매와 V자 반등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패닉 셀링은 약세장의 마지막 단계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공포를 견디지 못한 마지막 투자자까지 주식을 내던지는 이 과정을 ‘투매’ 또는 ‘항복’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시장의 비관론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이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순간이 시장의 바닥일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악재가 가격에 반영되고, 더 이상 팔 사람이 남아있지 않게 되면 시장은 아주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파르게 반등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포의 절정 뒤에 나타나는 V자 반등의 원리입니다.
결국 패닉 셀링에 동참한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을 시장의 반등을 이끌 새로운 매수자들에게 가장 싼 값에 넘겨준 셈이 됩니다.
5. 패닉을 이겨내는 법
공포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평온한 시기에 미리 튼튼한 방파제를 쌓아두어야 합니다.
투자 원칙을 세우고 지켜라
패닉을 이겨내는 가장 중요한 무기는 시장이 뜨거울 때나 차가울 때나 일관되게 지킬 수 있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입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어떤 상황이 되면 매도할 것인지를 시장이 평온할 때 미리 명확하게 정해두어야 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항해술을 배우려 해서는 안 됩니다.
미리 세워둔 원칙은 시장의 거대한 공포 속에서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유일한 닻이 되어줄 것입니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기계적으로 원칙을 따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시장이 아닌 기업을 보라
워런 버핏은 주가 하락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기업의 주식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세일 기간’이라며 환영했습니다.
이러한 초연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는 시장의 시세판이 아닌,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투자한 회사가 여전히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유능한 경영진이 이끌고 있다면, 시장의 공포 때문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 토막 났다고 해서 그 기업의 가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포에 질려 시장 전체를 보기 시작하면 패닉에 빠지지만, 내가 투자한 위대한 기업 하나하나에 집중하면 오히려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음과 거리를 두어라
패닉의 시기에는 세상의 모든 미디어가 공포를 팔아 돈을 법니다.
휴대폰을 켤 때마다 보이는 폭락 뉴스, 주식 커뮤니티에 가득한 비명과 절망 섞인 글들은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공포를 증폭시키는 소음일 뿐입니다.
패닉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이러한 소음과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식 앱을 삭제하고, 경제 뉴스를 잠시 멀리하며,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시장의 열기가 뜨거울 때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듯,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을 때는 반대로 그 냉기로부터 내 마음을 지켜내야 합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위대한 투자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