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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브라더스는 왜 하루아침에 무너졌나: 2008 금융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3가지 구조적 이유

2008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기록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되짚어보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부터 CDO, 신용평가사의 배신,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금융위기 반복의 3가지 구조적 이유를 심층 분석합니다.

ECONARC 2024년 5월 20일 인사이트

프롤로그: 골판지 박스를 든 사람들

2008년 9월 15일 월요일 아침,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 745 세븐스 애비뉴. 리먼 브라더스 본사 앞에 TV 카메라가 줄을 섰다.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건물 안에서 하나둘 걸어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정장을 입은 남녀가 골판지 박스를 안고 있었다. 박스 안에는 가족 사진, 졸업장, 상패—수년간의 커리어가 담겨 있었다.

그 이미지는 2008년 금융위기의 아이콘이 되었다.

28,000명의 직원이 하룻밤 사이에 일자리를 잃었다. 11년 차 영업 보조 타라 드마르코는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금요일에 우리에게 ‘걱정할 것 없다’고 했어요. 월요일에 회사가 사라졌습니다.” 시드니 지점의 한 머니마켓 트레이더는 금요일 밤 퇴근할 때만 해도 평범한 주말을 보낼 줄 알았다. 월요일 새벽, 전화 한 통에 잠에서 깼다. “리먼이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한편, CEO 딕 풀드(Dick Fuld)에게는 다른 종류의 월요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파산 직후 리먼 사내 체육관에서 한 직원이 풀드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는 소문이 월스트리트에 퍼졌다. 뉴욕 매거진과 배너티 페어의 CNBC 기고가 비키 워드가 이를 보도했고, 리먼 측은 부인했다. 진위 여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의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준다.

풀드가 1993년부터 2007년까지 받은 보수는 약 4억 8,400만 달러. 회사가 파산한 뒤에도 이 돈을 돌려줄 법적 의무는 없었다. 리먼의 연금 수급자들은 원래 받기로 한 연금의 약 4분의 1만 청구할 수 있었고, 파산 법원에서 그마저도 소멸되었다.

6,390억 달러의 부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158년의 역사가 72시간 만에 종말을 맞았다.

6,390억 $
파산 당시 부채 (미 역사상 최대)
72시간
붕괴까지 걸린 시간
158년
리먼 브라더스의 역사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1장. 면화 장수의 아메리칸 드림 (1850~2006)

잡화점에서 월스트리트까지

1844년, 바이에른(현 독일) 출신 23세 청년 헨리 리먼이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도착했다. 그가 연 것은 면화 농부들에게 생필품을 파는 작은 잡화점이었다. 동생 에마누엘과 마이어가 합류한 1850년, 가게 이름이 ‘리먼 브라더스’로 바뀌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베이커 도서관의 리먼 브라더스 아카이브에 따르면, 세 형제는 곧 면화를 화폐 대신 대금으로 받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면화 중개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남북전쟁을 거쳐 뉴욕으로 거점을 옮긴 후에는 철도 채권 거래에 뛰어들며 투자은행으로 변신했다.

1850년잡화점에서 시작해 ‘리먼 브라더스’ 설립
19세기 후반면화 중개업에서 투자은행으로 변신
1929~1998대공황, 세계대전, LTCM 사태 등 각종 위기 생존
2007년 2월사상 최고가 86.18달러 기록 (시총 600억 달러)

이후 158년 동안 리먼은 미국의 거의 모든 위기를 살아남았다. 남북전쟁, 1907년 공황, 1929년 대공황, 두 차례 세계대전, 오일쇼크, 1998년 LTCM 사태. 로이터통신의 표현대로, “철도 파산, 대공황, 두 번의 세계대전과 자본 부족을 모두 견뎌낸” 회사였다.

2007년 2월, 리먼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86.18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약 600억 달러. 이 회사가 18개월 뒤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 누구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리먼의 발밑에서는 위험 신호가 누적되고 있었다.

”음악이 나오는 한 춤을 춰야지”

2007년 7월, 리먼의 경쟁사인 시티그룹의 CEO 척 프린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역사에 남을 발언을 했다.

“유동성이 마르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나오는 한, 일어서서 춤을 춰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춤추고 있습니다(As long as the music is playing, you’ve got to get up and dance. We’re still dancing).”

4개월 뒤, 프린스는 사임했다. 시티그룹은 수백억 달러의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을 발표했다. ‘춤’은 끝나고 있었다. 하지만 춤판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그 과정이 2008년 위기의 진짜 이야기다.

2장. 쓰레기를 금으로: 서브프라임의 연금술

딸기 따는 남자의 72만 달러 집

2006년, 캘리포니아. 연 소득 14,000~15,000달러의 멕시코계 미국인 딸기 수확 노동자 알베르토 라미레즈에게 720,000달러짜리 주택담보대출이 승인되었다. 영어도 거의 하지 못하는 이 남성에게, 연 소득의 50배에 달하는 대출이 나간 것이다.

SFGATE가 2007년 보도한 이 사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광기를 상징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답은 세 글자에 있다. NINJA.

NINJA는 ‘No Income, No Job, No Assets’의 약자다. 소득 없음, 직업 없음, 자산 없음. 이 세 가지를 모두 검증하지 않고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 2000년대 중반 미국에 실제로 존재했다. 위키피디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문서조차 이를 기록하고 있다. “NINA(No Income, No Assets) 대출은 소유 자산을 증명하거나 심지어 진술할 필요조차 없앴다. 모기지에 필요한 것은 신용 점수뿐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대출을 ‘거짓말쟁이 대출(Liar Loans)‘이라 불렀다.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의 2008년 보도에 따르면, “최악의 것들은 ‘닌자 대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폭증하는 서브프라임 대출 비중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데이터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전체 모기지 신규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6%에서 2006년 20% 이상으로 폭증했다. Alt-A(서브프라임과 프라임의 중간) 시장은 2003년 850억 달러에서 2006년 4,000억 달러로 거의 5배 성장했다.

왜 이런 광기가 벌어졌을까? 대출 기관이 미쳤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합리적이었다. 무섭도록 합리적이었다.

”만들고, 팔고, 잊어라”—증권화의 마법

핵심은 증권화(securitization)라는 금융 공학에 있었다.

과거에 은행이 모기지를 실행하면, 그 대출은 은행 장부에 남았다. 대출자가 상환하지 못하면 은행이 직접 손실을 봤다. 그러니 은행은 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돈이 걸려 있으니까.

과거: 보유(Hold) 모델

은행이 대출을 실행하고 만기까지 보유. 대출자 파산 시 은행이 직접 손실을 부담하므로 엄격한 대출 심사 필수.

증권화 후: 분배(Distribute) 모델

대출을 수천 개 묶어 MBS(주택저당증권)로 투자자에게 매각. 원금을 즉시 회수하고 손실 위험은 투자자에게 전가.

그런데 증권화는 이 구조를 완전히 뒤집었다. 은행은 수천 건의 모기지를 하나의 풀(pool)로 묶어 MBS(주택저당증권)라는 증권을 만들었다. 이 MBS를 투자자에게 팔면, 은행은 대출 원금을 즉시 회수할 수 있었다. 회수한 돈으로 다시 새 대출을 만들고, 다시 MBS로 팔고. 무한 반복.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이를 ‘만들어서 분배하는(Originate-to-Distribute)’ 모델이라 명명했다. 대출의 질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위험은 증권을 산 투자자에게 넘어가니까. 모기지 브로커는 건수당 수수료를 받았고, 건수가 많을수록 돈을 벌었다. 대출 심사? 느슨할수록 건수가 늘었다. 인센티브가 심사의 정확성이 아니라 속도와 양을 향하고 있었다.

미국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의 최종 보고서는 이 파이프라인 전체를 이렇게 요약한다.

“집을 뒤집어 파는 투기꾼에서, 대출을 발굴하는 모기지 브로커에서, 대출을 실행하는 대출 기관에서, MBS와 CDO와 합성 CDO를 만든 금융 회사에 이르기까지—이 독성 모기지 파이프라인의 그 누구도 충분한 이해관계(skin in the game)를 갖고 있지 않았다. 모두가 자기 위험을 순식간에 다음 사람에게 넘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모두가 틀렸다.”

CDO: 쓰레기 위에 쓰레기를 쌓다

MBS만으로는 월스트리트의 식욕을 채우기 어려웠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CDO(부채담보부증권)다.

CDO가 뭔지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비유다. 상한 생선, 어제 남은 밥, 시든 야채를 따로 팔면 아무도 안 산다. 하지만 이것을 잘게 다져서 ‘프리미엄 해산물 비빔밥’이라는 이름으로 고급 식기에 담으면? 그리고 미슐랭 심사관이 별 세 개를 찍어주면?

CDO가 정확히 그것이었다. 다양한 등급의 MBS를 섞어서 ‘트랜치(tranche)‘라는 층으로 나누었다. 맨 위 시니어 트랜치는 손실을 가장 나중에 흡수하니 AAA 등급을, 가운데는 BBB를, 맨 아래는 등급 없음을 받았다. 같은 재료인데 담는 위치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 마법.

합성 CDO (Synthetic CDO)의 등장
그런데 진짜 광기는 그 다음이었다. 월스트리트는 ‘합성 CDO(Synthetic CDO)‘를 만들었다. 합성 CDO는 실제 모기지를 기초 자산으로 갖고 있지 않았다. 대신 CDS(신용부도스왑)라는 파생상품을 이용해 실제 MBS에 ‘베팅’하는 구조였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경마장에서 말을 소유하지 않고도 베팅할 수 있다. 한 마리 말에 10명이 베팅할 수도 있다. 그 말이 넘어지면? 10명 전부 잃는다. 합성 CDO가 정확히 이 구조였다. 같은 MBS에 대해 여러 개의 합성 CDO가 만들어졌고, 손실은 실제 부실의 몇 배로 증폭되었다.

FCIC 보고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한 곳만 2006년 7월~2007년 5월에 730억 달러 규모의 합성 CDO를 조성했으며, 참조된 모기지 증권 3,400건 중 610건이 최소 2회 이상 중복 참조되었다.

”나만 살아남을 거야”—골드만삭스의 이중 플레이

2007년 1월 23일, 골드만삭스의 28세 부사장 파브리스 투르(Fabrice Tourre)—자칭 “팹뷸러스 팹(Fabulous Fab)“—는 여자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시스템에 점점 더 많은 레버리지가 쌓이고 있어. 건물 전체가 곧 무너질 거야… 유일한 생존 가능자, 팹뷸러스 팹[리스 투르]가 이 복잡하고, 지극히 이국적인 거래들 한가운데 서 있어(More and more leverage in the system. The whole building is about to collapse anytime now…Only potential survivor, the fabulous Fab standing in the middle of all these complex, highly exotic trades).”

투르는 ‘ABACUS 2007-AC1’이라는 합성 CDO의 구조를 설계했다. 이 CDO는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John Paulson, 전 재무장관과 다른 인물)이 주택 시장 하락에 베팅하기 위해 기초 자산을 직접 골라 넣은 것이었다. 폴슨은 이 거래에서 약 10억 달러를 벌었다. ABACUS를 산 투자자들은 10억 달러를 잃었다.

SEC는 2010년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골드만은 마케팅 자료에 불완전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음을 인정하고 5억 5,000만 달러에 합의했다. 투르는 2013년 민사 사기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한 이메일에서 그는 CDO를 이렇게 묘사했다. “아무도 바보가 아닌 사람은 사지 않을 쓰레기를 분배하는 방법(a way to distribute junk that nobody was dumb enough to take).”

그가 맞았다. 아무도 바보가 아니었어야 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모두를 바보로 만들고 있었다.

3장. 문지기가 문을 열어준 날: 신용평가사의 배신

AAA 도장 찍기 공장

비빔밥을 프리미엄 요리로 변신시키는 데 미슐랭 심사관이 필요했듯, CDO를 안전 자산으로 변신시키는 데는 신용평가기관이 필요했다. 무디스(Moody’s), S&P, 피치(Fitch)—이 ‘빅 3’가 바로 그 심사관이었다.

FCIC 보고서의 결론은 단호하다.

“신용평가기관의 실패는 금융 파괴의 핵심 톱니바퀴였다. 이 위기는 신용평가기관 없이는 일어날 수 없었다(This crisis could not have happened without the rating agencies).“

45,000건
무디스가 AAA를 부여한 모기지 증권 (2000~2007)
단 6곳
같은 시기 미국 내 AAA 민간 기업 수
83%
2006년 AAA 부여 후 등급이 강등된 모기지 증권 비율

숫자가 말해준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무디스는 약 45,000건의 모기지 관련 증권에 트리플A(AAA)를 부여했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 트리플A를 받은 민간 기업은 단 6곳이었다. 2006년에는 매 영업일마다 약 30건의 모기지 증권에 AAA 도장이 찍혔다. 그리고 그해 AAA를 받은 모기지 증권의 83%가 후에 등급이 강등되었다.

미네소타대학교 법대의 학술 논문에 따르면, 2008년 2월까지 무디스는 2006년에 등급을 부여한 서브프라임 RMBS의 94.2%에서 최소 한 건의 트랜치를 강등시켰다.

왜 문지기가 문을 열어줬나

답은 돈에 있었다. 신용평가기관의 수익 모델이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었다. 평가 비용은 등급을 ‘받는’ 쪽—즉 증권을 ‘발행하는’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이 냈다.

학교 선생님의 월급을 학생이 준다고 생각해 보라. F를 주면 학생이 다른 선생님을 찾아간다. A를 주면 더 많은 학생이 몰려온다. 신용평가기관의 상황이 정확히 이것이었다. 엄격한 평가 = 고객 상실. 관대한 평가 = 시장 점유율 확대.

무디스는 2017년 미국 연방·주 당국과 8억 6,400만 달러의 벌금에 합의했다. S&P는 2015년에 15억 달러에 합의했다.

그런데 핵심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벌금은 냈다. 하지만 발행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수익 모델은 바뀌었는가?

답은 ‘아니오’다.

4장. 카산드라들: 경고는 있었다

10년 전에 이미

2008년 위기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실은, 경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경고가 무시되었다는 점이다.

🛡️
브룩슬리 본 (1998년)
CFTC 위원장으로서 장외 파생상품 시장 규제 필요성 주장. 그린스펀 등 월가 거물들의 반대로 무산.
📊
마이클 버리 (2005-2006)
서브프라임 대출 서류 분석 후 시장 붕괴 예측. CDS 매입으로 ‘빅 쇼트’ 베팅 성공.
📉
메러디스 휘트니 (2007)
시티그룹의 자본 부족 예측 및 주식 강등. 보고서 발표 후 시티그룹 주가 폭락 적중.

1998년, 브룩슬리 본(Brooksley Born).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이었던 본은 장외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PBS 프론트라인의 다큐멘터리 “The Warning”이 이 이야기를 상세히 기록했다. 본의 경고에 맞선 것은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 재무차관이었다. 이들은 공동으로 의회에 CFTC의 파생상품 규제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의회는 이에 응해 2000년 상품선물현대화법을 통과시켜, 장외 파생상품 시장을 규제로부터 완전히 면제시켰다.

본은 사임했다. 10년 뒤, 그녀가 경고했던 바로 그 시장이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FCIC 보고서는 이 법을 “금융위기를 향한 행진에서 핵심 전환점”이라 규정했다.

2005~2006년,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작은 헤지펀드 사이언 캐피탈(Scion Capital)을 운영하던 전직 신경과 레지던트(그리고 한쪽 눈이 의안인) 버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서류를 한 건 한 건 직접 읽기 시작했다. 다른 누구도 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이 시장은 반드시 무너진다.

버리는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에 찾아가 서브프라임 MBS에 대한 CDS(신용부도스왑)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루이스의 베스트셀러 ‘빅 쇼트(The Big Short)‘와 동명의 영화가 이 이야기를 세계적으로 알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리는 이 베팅으로 투자자들에게 약 7억 2,500만 달러의 수익을, 자신에게는 약 1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2007년 10월 31일, 메러디스 휘트니(Meredith Whitney). CIBC 월드 마켓스의 이 분석가는 시티그룹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시티가 30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 예측하고 주식을 ‘매도(underperform)‘로 강등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보고서 하나가 시티그룹 주가를 6.9% 폭락시켰다. 3개월 뒤, 시티그룹은 정확히 휘트니가 예측한 대로 행동했다. 배당금을 삭감하고, 자산을 매각하고, 자본을 조달했다.

2007년 3월 28일, 벤 버냉키. 같은 시기, 연준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시점에서, 서브프라임 시장의 문제가 더 넓은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At this juncture, the impact on the broader economy and financial markets of the problems in the subprime market seems likely to be contained).”

이 한 문장은 역사상 가장 틀린 경제 예측 중 하나로 기록된다. 18개월 뒤,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다 알고 있었다”—컨트리와이드의 내부 이메일

경고를 무시한 것은 외부자들만이 아니었다. 위기를 만든 당사자들조차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미국 최대 서브프라임 대출 기관이었던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Countrywide Financial)의 CEO 안젤로 모질로(Angelo Mozilo)는 2006년 4월 17일 내부 이메일에서 이렇게 썼다.

“내 사업 경력 전체를 통틀어, 이보다 더 독성이 강한 상품은 본 적이 없다(In all my years in the business, I have never seen a more toxic product).”

SEC가 공개한 내부 이메일에서 모질로는 자사의 대출을 반복적으로 “독성(toxic)“이며 “위험(dangerous)“하다고 표현했다. 텍사스 오스틴대학교 윤리센터의 사례 연구에 따르면, 또 다른 이메일에서 그는 “이런 대출 상품은 존재해서는 안 되며, 이보다 더 유독한 것은 없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FCIC 보고서가 기록하듯,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특정 고위험 대출이 압류뿐 아니라 ‘재정적·평판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모질로는 2010년 SEC와 6,750만 달러에 합의했다. 감옥에는 가지 않았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와 관련해 미국에서 감옥에 간 은행가는 단 한 명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전 상무 카림 세라겔딘(Kareem Serageldin). 뉴욕타임스의 제목이 이를 요약한다. “왜 한 명의 고위 은행가만 감옥에 갔는가(Why Only One Top Banker Went to Jail for the Financial Crisis).” 그에게 선고된 형량은 30개월이었다.

5장. 리먼의 마지막 도박

레버리지 44배: 3%만 떨어져도 끝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수년간 쌓인 구조적 취약성이 특정 시점에 폭발한 것이다.

아칸소대학교의 학술 논문에 따르면, 리먼의 레버리지 비율은 2004년 23.9배에서 2007년 30.7배로 상승했고, 2008년 초에는 최대 44배에 달했다.

FCIC 보고서가 이 상황을 비유한 방식이 가장 직관적이다.

“이것은 자본금 25,000달러의 소규모 사업체가 120만 달러를 빌리면서, 그중 400,000달러를 매일매일 갱신해야 하는 상황과 같다.”

매일 아침 시장이 열릴 때마다 수백억 달러를 새로 빌려야 하는 구조. 시장의 신뢰가 1%만 흔들려도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이 빚으로 리먼이 산 것은—부동산이었다.

FCIC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 리먼은 1,110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주거용 부동산 자산과 관련 증권을 보유했다. 불과 2년 전의 거의 두 배, 자기자본의 4배를 초과하는 규모였다.

카지노에서 계속 지고 있는 도박꾼이 “다음 판에서 만회하겠다”며 베팅을 두 배로 올리는 것. 리먼이 정확히 그 행동을 했다.

Repo 105: 분기마다 500억 달러를 감추는 마술

이 위태로운 포지션을 외부에서 알기 어렵게 만든 것이 ‘Repo 105’였다.

파산 후 법원이 지명한 조사관 안톤 발루카스의 2,200쪽짜리 보고서가 이를 밝혔다. 리먼은 분기 말 재무제표 발표 직전에 자산을 레포(환매조건부) 거래 형태로 상대방에게 넘기고, 이를 회계상 ‘매각’으로 처리해 대차대조표에서 뺐다. 보고가 끝나면 다시 되사왔다. 분기마다 최대 500억 달러의 자산이 이렇게 감춰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한 리먼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직원들 사이에서 Repo 105는 ‘회계적 속임수(accounting gimmick)‘이자 ‘또 하나의 마약(another drug)‘이라 불렸다. 감사를 맡은 어니스트앤영은 이를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연구 논문(Journal of Financial Crises)은 이를 상세히 분석했다.

마지막 72시간

2008년 3월베어스턴스 붕괴 (JP모건이 주당 2달러 헐값 인수)
9월 7일패니메이와 프레디맥 국유화 조치
9월 12일 (금)월스트리트 거물 긴급 회의 (바클레이스 인수 거부, 메릴린치는 BoA 선택)
9월 15일 (월) 01:45리먼 파산 신청 (6,390억 달러 부채)

2008년 3월, 베어스턴스가 먼저 무너졌다. JP모건이 연준의 300억 달러 보증 아래 주당 2달러라는 헐값에 인수했다. 연준 공식 기록에 따르면 베어스턴스의 부채는 3,833억 달러였다.

9월 7일,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국유화됐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전에 의회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바주카포를 갖고 있고, 사람들이 그걸 알면, 쏠 필요가 없을 겁니다(If you’ve got a bazooka, and people know you’ve got it, you may not have to take it out).” 결국 그는 바주카포를 쏴야 했다.

9월 12일 금요일 저녁, 뉴욕연방준비은행 건물에 월스트리트의 거물들이 모였다. 주제는 하나: 리먼을 살릴 것인가. 바클레이스가 인수를 검토했지만 영국 금융당국이 거부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대신 메릴린치를 골랐다.

리먼에게는 더 이상 인수자가 없었다. 폴슨과 버냉키는 구제금융을 거부했다. FCIC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연방준비은행의 팀 가이트너 총재는 리먼의 9만 건 이상 파생상품 계약이 만든 상호 연결의 위험성에 대해 9월 초까지도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었다.

9월 15일 새벽 1시 45분. 파산 신청. 6,390억 달러의 부채. 미국 역사상 최대.

정부가 베어스턴스는 살리고 리먼은 죽인 이 일관성 없는 결정이, FCIC 보고서의 표현대로, “시장의 불확실성과 공포를 가중시켰다.”

6장. 쓰나미: 리먼 이후 세계는 어떻게 무너졌나

AIG—5,000억 달러의 보험 사기

리먼 파산 다음 날인 9월 16일, 또 다른 위험이 현실화됐다.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AIG의 금융상품 자회사(AIGFP)는 5,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에 대해 CDS(신용부도스왑)를 발행했다. 쉽게 말해, AIG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보험을 팔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이 부실화되면 우리가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 AIG는 이 보험을 위한 준비금을 사실상 쌓지 않았다. 규제를 받지 않는 장외 시장이었기에, 그럴 의무가 없었다. 둘째, 서브프라임 시장이 진짜 무너지기 시작하자, AIG는 수백억 달러의 담보 추가 납입(collateral call) 요구에 직면했다.

FCIC 보고서(19장)에 따르면, 신용등급 강등이 추가 10억 달러의 담보 요구를 촉발했고, 골드만삭스 한 곳만의 요구도 막대했다. AIG가 무너지면 AIG로부터 CDS를 산 전 세계 금융기관이 도미노처럼 쓰러질 판이었다.

미국 정부는 AIG에 최대 1,825억 달러를 투입했다.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최초 850억 달러에서 시작해 계속 불어났다.

숫자들

연준 역사 아카이브의 “The Great Recession and Its Aftermath”가 기록한 핵심 수치들:

미국 GDP는 정점에서 저점까지 4.3% 하락—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 실업률은 5% 미만에서 10%로 두 배. 1,500만 명 이상 실업. 약 400만 가구 압류, 추가 450만 가구가 심각한 연체. IMF 추산 미국 가계 재산 손실 약 11조 달러(금융 자산 8.5조 + 주택 자산 2.5조). IMF의 별도 추산으로 글로벌 은행 부문 손실 약 4.1조 달러. 세계은행 분석으로 전 세계 약 3,000만 개 일자리 소멸. IMF 워킹 페이퍼에 따르면, 구매력평가 기준 전 세계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91개 경제권이 GDP 감소를 경험.

2008년 10월, 의회는 7,000억 달러 규모의 TARP(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를 승인했다. CBO의 2024년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집행액은 4,440억 달러, 순비용은 311억 달러.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위기 관련 구제금융의 총 직접 비용은 공정가치 기준 약 4,980억 달러, 2009년 GDP의 3.5%.

이 숫자들은 추상적이다. 추상적이기 때문에 잊히기 쉽다. 하지만 각각의 숫자 뒤에 실제 사람이 있다. 집을 잃은 가족, 은퇴 자금이 증발한 노인, 취업의 문이 닫힌 젊은이. FCIC 보고서의 표현대로, “이 위기의 충격은 한 세대 동안 느껴질 것이다.”

7장. 왜 반복되는가: 3가지 구조적 이유

여기까지가 ‘무엇이 일어났는가’다. 이제 핵심 질문으로 간다.

왜 이런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가?

구조적 이유 ① “이기면 내 돈, 지면 너의 돈”—인센티브의 비대칭

FCIC 보고서의 진단:

“보상 시스템은 장기적 결과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빠른 거래와 단기적 이익을 보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종종 이런 시스템은 큰 베팅을 장려했다—성공하면 거대한 보상이, 실패해도 하방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ECGI(European Corporate Governance Institute)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라더스의 최고 경영진은 파산 전에 각각 약 14억 달러와 10억 달러의 현금 흐름을 실현했다. 회사가 망한 뒤에도 돌려줄 의무 없음.

딕 풀드가 15년간 받은 4억 8,400만 달러. 리먼 연금 수급자들이 받지 못한 연금. 이 대비가 2008년 위기의 도덕적 본질이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 부르는 구조다. 위험의 보상은 개인에게, 실패의 비용은 사회에.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이를 체계적으로 보장한다.

금융안정위원회(FSB)의 2021년 보고서는 위기 이후 개혁이 도덕적 해이와 시스템 리스크를 ‘줄였다’고 평가했지만,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음을 인정했다. 카토 연구소의 2025년 분석은 더 직설적이다. “도드-프랭크법은 ‘대마불사’를 종식시키거나 구제금융을 끝내는 데 명백히 실패했다. 2023년 은행 위기가 이를 증명한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을 때, 미국 정부는 FDIC 보험 한도(25만 달러)를 초과하는 예금까지 전액 보호했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시스템이 충분히 위험하면, 정부는 개입한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가장 잘 읽는 것은 다음번 위험을 감수할 금융기관이다.

인센티브 비대칭이 존재하는 한, 합리적 행위자는 과도한 위험을 추구할 동기를 갖는다. 이것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설계 문제다.

구조적 이유 ② “고양이는 쥐를 이긴 적이 없다”—규제의 구조적 지체

앨런 그린스펀은 2008년 10월 23일 의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시인했다.

“나는 자유 경쟁 시장에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 특히 은행이 주주와 기업의 자본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위원이 물었다. “다시 말해, 당신의 세계관, 당신의 이념이 틀렸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겁니까?”

그린스펀은 답했다. “정확합니다. 바로 그것이 저를 충격에 빠뜨린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40년 이상 그것이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는 상당한 증거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한 문장의 고백이 30년간의 규제 완화를 요약한다.

FCIC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부문은 1999~2008년에 연방 로비에 27억 달러, 선거 기부금에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1999년 글래스-스티걸법 폐지(그램-리치-블라일리법), 2000년 파생상품 규제 면제(상품선물현대화법), 2004년 SEC의 레버리지 상한 완화—이 세 전환점 모두 산업 로비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이 패턴은 위기 이후에도 반복된다. 2010년 도드-프랭크법은 처음부터 산업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2018년에는 상당 부분이 완화되었다. 강화 감독 대상 은행의 자산 기준이 5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올라갔고, 이로 인해 2023년에 파산한 SVB(자산 2,090억 달러)가 강화 감독에서 빠졌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2017년 연구가 지적하듯, 규제는 항상 금융 혁신을 뒤쫓는다. 금융기관이 새 상품을 만들고, 규제가 따라가고, 또 새 상품이 나오고. 고양이와 쥐의 게임에서 고양이가 이긴 적은 거의 없다. 그리고 쥐는 27억 달러의 로비 비용을 쓸 수 있다.

구조적 이유 ③ 그림자의 팽창—풍선 효과

2008년 위기의 진원지는 전통적 은행이 아니었다. ‘그림자 금융 시스템(shadow banking system)‘이었다.

FCIC 보고서의 표현: “우리는 19세기의 안전장치로 21세기 금융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불투명하고 단기 부채에 의존하는 그림자 금융 시스템이 전통적 은행 시스템에 필적하는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허용했다.”

위기 이후, 전통적 은행에 대한 규제는 확실히 강화되었다. 자본 요건이 높아지고, 스트레스 테스트가 정례화되었다. 하지만 리스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규제가 덜한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금융 리스크도 규제가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흘러간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 효과(balloon effect)’.

비은행금융기관의 통제 불능한 성장
FSB(금융안정위원회)의 2025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비은행금융중개기관(NBFI)의 자산 규모는 2024년 기준 256.8조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금융 시스템 자산의 50% 이상을 처음으로 차지했다. 사모펀드, 사모신용, 헤지펀드, 머니마켓 펀드, 핀테크 대출 플랫폼—은행이 담당하던 기능을 흡수하면서 급성장했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는 전통적 은행에 비해 현저히 느슨하다.

파이낸스워치(Finance Watch)의 2025년 12월 분석은 더 우려스러운 점을 지적한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성장이 실은 은행의 대차대조표 전략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은행과 비은행 사이의 상호 연결성이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 리스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FDIC의 마틴 그루엔버그 전 의장은 2023년 연설에서 “비은행금융기관이 제기하는 금융안정 위험”을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2008년의 교훈으로 전통적 은행은 더 안전해졌을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는 새로운 형태와 새로운 장소에서 축적되고 있다. 규제의 그물이 넓어지는 속도보다, 리스크가 이동하고 변형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8장. 민스키의 유령: “안정이 불안정을 낳는다”

1996년에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는 생전에 주류 경제학계에서 거의 무시당했다. 2008년 이후, 그의 이름은 하나의 개념이 되었다.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장기간의 안정과 낙관이 갑자기 공포와 붕괴로 전환되는 순간.

레비 경제연구소에 소장된 민스키의 원본 논문(Working Paper No. 74)에 따르면, 그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의 핵심은 한 문장이다. “안정은 불안정을 낳는다(Stability is destabilizing).”

민스키에 따르면, 자본주의 경제의 금융 행위는 자연스럽게 세 단계를 거친다.

헤지 금융: 차입자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할 수 있는 안전한 상태.

투기 금융: 이자는 갚을 수 있지만 원금은 재융자에 의존. “집값이 오를 테니 나중에 팔면 되지.”

폰지 금융: 이자조차 현금흐름으로 갚을 수 없고, 오직 자산 가격 상승에 의존. FCIC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06년 모기지 차입자의 거의 5분의 1이 ‘옵션 ARM’ 대출—월 상환액이 너무 낮아 대출 잔액이 매달 오히려 늘어나는—을 받았다. 이것이 정확히 폰지 금융이다.

헤지 금융
차입자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할 수 있는 안전한 상태.
⚠️
투기 금융
이자는 갚을 수 있지만 원금은 재융자에 의존. “집값이 오를 테니 나중에 팔면 되지.”
🚨
폰지 금융
이자조차 현금흐름으로 갚을 수 없고, 오직 자산 가격 상승에 의존. FCIC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06년 모기지 차입자의 거의 5분의 1이 ‘옵션 ARM’ 대출—월 상환액이 너무 낮아 대출 잔액이 매달 오히려 늘어나는—을 받았다. 이것이 정확히 폰지 금융이다.

민스키의 통찰이 무서운 이유는, 이 전환이 자연발생적이라는 점이다. 안정이 오래 지속되면 경제 주체들은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대출 기준이 느슨해지고, 레버리지가 쌓인다. 안정 그 자체가 다음 위기의 씨앗을 뿌린다.

포브스(Forbes)는 2023년 이 가설을 재조명하며 썼다. “민스키 모멘트는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그의 프레임워크가 정확하다면, 위기의 반복은 시스템의 ‘버그’가 아니라 ‘기능(feature)‘이다.

에필로그: “아무도 몰랐다”는 거짓말

FCIC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으로 이 글을 마친다.

“가장 큰 비극은, 아무도 이 일이 올 것을 예견할 수 없었고 따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이 일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브룩슬리 본은 10년 전에 경고했다. 마이클 버리는 2년 전에 경고했다. 메러디스 휘트니는 1년 전에 경고했다. 안젤로 모질로는 자기가 파는 상품이 “독성”이라고 이메일에 적었다. 파브리스 투르는 “건물이 곧 무너진다”고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벤 버냉키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의회에 증언했다.

경고는 있었다. 무시되었을 뿐이다.

핵심 요약: 위기가 반복되는 3가지 이유
  • 인센티브의 비대칭: 실패 비용은 사회에 떠넘기고 보상은 개인이 챙기는 구조
  • 규제의 지체: 쥐는 로비를 하고 고양이는 뒷북을 치는 규제의 현실
  • 그림자 금융의 팽창: 통제 불능 상태로 비대해지는 규제 밖의 금융 시스템

인센티브의 비대칭은 과도한 위험을 합리적으로 만든다. 규제의 구조적 지체는 위험이 통제 불능으로 커지는 것을 허용한다. 그림자 금융의 팽창은 위험의 소재지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이 세 가지는 2008년에도 작동했고,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다음 위기가 올 것인가’가 아니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이름으로 올 것인가’다.

158년의 역사도, 600억 달러의 시가총액도, “월스트리트의 고릴라”라는 별명도—구조적 취약성 앞에서는 골판지 박스 하나의 무게도 감당하지 못했다.

FAQ: 2008 금융위기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무엇인가요?
A. 신용도가 낮아 일반적인 프라임(prime)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이들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 심사가 위기의 핵심 원인이 되었습니다.



Q. 리먼 브라더스만 왜 파산했나요?
A. 베어스턴스나 AIG 등 다른 금융기관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리먼은 지나친 레버리지와 불투명성, 그리고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인해 홀로 파산 신청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시장의 공포를 극대화시켰습니다.

참고 자료 및 출처 (35건)

정부 공식 보고서·의회 기관·규제 당국

  1. 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 (FCIC), The Financial Crisis Inquiry Report: Final Report, 2011. (fcic.law.stanford.edu) — 662쪽, 위기 원인에 대한 가장 공식적이고 포괄적인 조사.
  2. FCIC, “Conclusions of the 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 (fcic-static.law.stanford.edu) — FCIC 최종 결론 원문.
  3. FCIC, Chapter 18: “September 2008: The Bankruptcy of Lehman.” — 리먼 파산 72시간의 공식 기록.
  4. FCIC, Chapter 19: “September 2008: The Bailout of AIG.” — AIG 구제금융 과정.
  5. 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 Final Report on the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April 2024. (cbo.gov) — TARP 최종 비용 분석.
  6.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 “Too Big to Fail” Financial Institutions: Policy Issues, September 2024. (congress.gov)
  7.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 “SEC Charges Goldman Sachs With Fraud in Structuring and Marketing of CDO Tied to Subprime Mortgages,” Press Release 2010-59, April 16, 2010. (sec.gov)
  8. SEC, “SEC Charges Former Countrywide Executives With Fraud,” Press Release 2009-129, June 4, 2009. (sec.gov)
  9. SEC, Lehman Brothers Holdings Inc. 10-K Filing, November 30, 2007. (sec.gov) — 리먼의 공식 재무제표.
  10. U.S. Department of Justice, “Former Credit Suisse Managing Director Sentenced to 30 Months,” November 22, 2013. (justice.gov) — 카림 세라겔딘 선고.
  11. U.S. Senate Joint Economic Committee, Subprime Mortgage Market Crisis Timeline, 2008. (jec.senate.gov)
  12. U.S. Senate, “Wall Street and the Financial Crisis: The Role of Credit Rating Agencies,” Hearing, December 6, 2010. (govinfo.gov)
  13.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TARP Program Data. (home.treasury.gov)

중앙은행·국제기구

  1. Federal Reserve History, “Subprime Mortgage Crisis” by John V. Duca. (federalreservehistory.org)
  2. Federal Reserve History, “The Great Recession and Its Aftermath.” (federalreservehistory.org)
  3. Federal Reserve History, “Financial Services Modernization Act of 1999 (Gramm-Leach-Bliley).” (federalreservehistory.org)
  4. Federal Reserve Board, Bernanke Testimony, “The Economic Outlook,” March 28, 2007. (federalreserve.gov) — “서브프라임의 영향은 제한적” 원문.
  5. Federal Reserve Board, “Shadow Banking After the Financial Crisis,” Speech by Governor Tarullo, June 2012. (federalreserve.gov)
  6.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Shadow Banking, Staff Reports No. 458. (newyorkfed.org)
  7.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Customer and Employee Losses in Lehman’s Bankruptcy,” January 2019. (libertystreeteconomics.newyorkfed.org)
  8. Federal Reserve Bank of Chicago, AIG in Hindsight, Working Paper 2014-07. (chicagofed.org)
  9.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The credit default swap market: what a difference a decade makes,” BIS Quarterly Review, June 2018. (bis.org) — CDS 시장 61.2조 달러 데이터.
  10.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The Global Economic Recovery 10 Years After the 2008 Financial Crisis,” WP/19/83. (imf.org)
  11. Financial Stability Board (FSB), Global Monitoring Report on Non-Bank Financial Intermediation 2025, December 2025. (fsb.org) — NBFI 256.8조 달러.
  12. Financial Stability Board (FSB), Evaluation of the Effects of Too-Big-To-Fail Reforms, April 2021. (fsb.org)

학술 논문·대학 연구

  1. Harvard Kennedy School, “The Story of the CDO Market Meltdown: An Empirical Analysis” by Anna Katherine Barnett-Hart, 2009. (hks.harvard.edu)
  2. Yale School of Management, The Lehman Brothers Bankruptcy A: Overview, Journal of Financial Crises, 2013. (elischolar.library.yale.edu)
  3. Yale School of Management, The Lehman Brothers Bankruptcy D: The Role of Ernst & Young, Journal of Financial Crises, 2019. (elischolar.library.yale.edu)
  4. University of Arkansas ScholarWorks, “Lehman Brothers Bankruptcy: Reasons, Effects, and Outcome,” 2023. (scholarworks.uark.edu) — 레버리지 44배 데이터.
  5. University of Minnesota Law School, “Why Did Rating Agencies Do Such a Bad Job Rating Subprime Securities?” (scholarship.law.umn.edu)
  6. European Corporate Governance Institute (ECGI), “Executive Compensation at Bear Stearns and Lehman 2000-2008,” 2009. (ecgi.global)
  7. Hyman P. Minsky, “The 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 Levy Economics Institute Working Paper No. 74, 1992. (levyinstitute.org)
  8. University of Chicago Law Review, “The Making of a Mismarker: The Case of the Only Banker Jailed in the US for His Role in the Financial Crash.” (lawreview.uchicago.edu)
  9. Harvard Business School, “Lessons Learned? Brooksley Born & the OTC Derivatives Market (A),” Case Study. (hbs.edu)

기타 공신력 있는 분석·보도

  1.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Here’s how much the 2008 bailouts really cost,” February 2019. (mitsloan.mit.edu)
  2.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What Is the Dodd-Frank Act?”, May 2023. (cfr.org)
  3. PBS Frontline, “The Warning,” October 2009. (pbs.org) — 브룩슬리 본 다큐멘터리.
  4. The Guardian, “Wall Street crisis: Lehman staff tell their stories,” September 15, 2008. (theguardian.com)
  5. The Guardian, “Greenspan—I was wrong about the economy. Sort of,” October 24, 2008. (theguardian.com)
  6. The New York Times, “Why Only One Top Banker Went to Jail for the Financial Crisis,” April 30, 2014. (nytimes.com)
  7. Reuters, “Key facts about Michael Burry, ‘The Big Short’ investor,” November 13, 2025. (reuters.com)
  8. Salon, “Watching Lehman Brothers collapse from the inside,” September 14, 2018. (salon.com)

이 글은 EconArc의 ‘버블과 붕괴: 역사 속 경제 위기의 해부학’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17세기 튤립 버블, 일본 버블, 라틴아메리카 위기, 도금시대, 1997 아시아 외환위기 편과 함께 읽으면 위기의 반복적 패턴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