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허름한 빌라 한 채가 몇 년 뒤 빛나는 새 아파트로 바뀌는 마법,
우리는 이것을 재개발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 마법이 일어나기 훨씬 전, 낡은 동네에 미리 들어가
그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을 초기 재개발 투자라고 합니다.
이곳은 부동산 투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꿈꿀 수 있는 최전선이자 미지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신화 뒤에는 수많은 실패의 눈물이 숨어있습니다.
이 글은 초기 재개발이라는 안갯속을 헤쳐 나가는 당신을 위한 지도입니다.
1. 당신이 사는 것은 빌라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초기 재개발 투자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가져야 할 관점의 전환이 있습니다.
당신이 낡은 빌라나 단독주택을 사는 행위는,
그 집에 살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사는 것은 오직 단 하나, 미래에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따라서 집이 얼마나 깨끗한지, 수리는 잘 되어 있는지,
현재 세입자가 있는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 건물은 모두 부서질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지불하는 돈의 99%는 건물이 아닌,
그 건물이 깔고 앉은 땅(대지지분)의 가치와
개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것입니다.
이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투자의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2. ‘될성부른 떡잎’의 조건: 성공적인 재개발 사업지를 찾는 3가지 기준
수많은 낡은 동네 중에서, 과연 어떤 곳이 진짜 재개발이라는
나비로 부화할 수 있을까?
성공적인 재개발 사업지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 핵심 조건을 만족합니다.
첫 번째 조건: 압도적인 ‘노후도’
재개발은 낡고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공공사업의 성격을 띱니다.
따라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바로
충분히 낡았는가입니다.
법적으로 구역 내 전체 건축물 중 20~30년 이상 된 낡은 건물의 수가
전체의 3분의 2(약 67%) 이상이어야 한다는 ‘노후도’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또한 직접 동네를 걸었을 때 ‘이곳은 정말 정비가 시급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물리적 낙후성이 바로 재개발 사업의 가장 강력한 명분이 됩니다.
예시
두 개의 낡은 동네가 있습니다.
A 동네: 30년 넘은 낡은 빌라들 사이에
5~10년 된 신축 빌라들이 꽤 많이 섞여 있습니다.
이 신축 빌라들은 노후도 요건을 채우는 데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재개발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걸림돌’이 됩니다.B 동네: 소위 ‘빨간 벽돌집’으로 불리는 80~90년대에 지어진
낡은 주택들이 동네 전체를 뒤덮고 있습니다.
신축 건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B 동네가 재개발 사업지로 지정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노후도는 사업의 첫 단추를 꿰는
가장 중요한 시각적 지표입니다.
두 번째 조건: 넘쳐나는 사업성
재개발 역시 땅 파서 장사하는 사업입니다.
결국 돈이 남아야 진행될 수 있습니다.
재개발의 사업성은 비례율이라는 숫자로 표현됩니다.
비례율(%) = ( [총 개발이익] – [총 사업비] ) / [조합원 종전 자산 총액] × 100
비례율이 100%를 넘어야 사업 이익이 남는다는 의미이며,
이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100% 미만이면 손해가 난다는 의미로,
조합원들은 수억 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만 합니다.
이 비례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는
낮은 공시지가와 적은 조합원 수,
많은 일반분양 물량, 그리고 주변 신축 아파트와의
큰 가격 격차 등입니다.
초기 재개발 투자자는 내가 관심 있는 지역의 예상 비례율을 대략적으로라도 계산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 예상 용적률, 그리고 공시지가 등을 통해
이 사업이 과연 돈이 남는 장사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입니다.
세 번째 조건: 뜨거운 ‘주민 동의율’
아무리 노후도가 충족되고 사업성이 좋아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재개발을 원하지 않으면
사업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재개발 사업의 엔진은 바로 주민들의 뜨거운 개발 의지입니다.
재개발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75%) 이상 및
토지 면적의 2분의 1(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 동의율을 채우는 과정이 초기 재개발 사업의 가장 험난한 고비입니다.
집주인이 직접 사는 비율이 높고, 주택 형태가 비슷할수록
동의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월세를 받아 생활하는 상가 건물주나 신축 건물주들은
재개발의 가장 큰 반대 세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민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직접 확인하는 것(임장 활동)은 초기 재개발 투자의 필수 과정입니다.
3. 투자의 실전: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술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될성부른 떡잎’을 찾았다고 해도,
투자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1) 어떤 물건을 사야 하는가: 소액 투자의 함정
초기 재개발 지역에서는 투자금이 적게 드는 ‘뚜껑(무허가 건물)’이나,
지분이 거의 없는 낡은 빌라가 초보 투자자들을 유혹합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재개발의 핵심은 땅입니다.
건물이 아무리 허름해도, 대지지분이 큰 물건일수록 나중에 더 큰 평수의
새 아파트를 배정받거나, 추가 분담금을 적게 낼 확률이 높습니다.
투자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반드시 대지지분이 최대한 넓은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또한 재개발 기대감으로 성행하는 ‘지분 쪼개기’ 신축 빌라를
잘못 매수할 경우,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2) 시간과의 싸움: 10년은 기본, 20년도 각오하라
초기 재개발 투자는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거대한 나무로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농사와 같습니다.
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그 과정은 최소 10년, 길게는 15~20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10년 이상 잊고 살아도 되는 여유 자금으로만 투자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대출을 끼고 투자하거나, 몇 년 뒤에 써야 할 돈으로 투자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3) 출구 전략의 중요성
모든 초기 재개발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이 무산되거나, 예상보다 지연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사업이 엎어질 경우, 내가 산 낡은 빌라는 그저 낡은 빌라일 뿐입니다.
이때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그 자체로도 최소한의 거주 가치나
임대 가치가 있는 물건이어야 합니다.
결론: 초기 재개발은 ‘과학’이자 ‘예술’이며, ‘기다림’이다
초기 재개발 투자는 로또가 아닙니다.
그것은 노후도, 사업성, 주민 동의율이라는 세 가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는 과학의 영역입니다.
동시에, 데이터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주민들의 열망과 동네의 분위기를
직접 발로 뛰며 느끼는 예술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본질은 바로 기다림입니다.
오늘 심은 씨앗이 내일 열매를 맺을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비바람과 가뭄을 견디고, 수많은 계절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달콤한 과실을 맛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과연 10년 뒤, 20년 뒤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산을 기꺼이 묻어둘 수 있는가?
초기 재개발이라는 험난하지만 매력적인 여정을 떠나기 전,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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