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보증한 대박, 밀리언 어드벤처 : 17세기 런던 복권 열풍과 투기의 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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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추긴 투기, 복권 열풍의 시작

투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는 종종 시장을 움직이는
거대한 손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하게 됩니다.

때로는 그것이 개인의 끝없는 탐욕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집단의 비이성적인 광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직접 나선다면 어떨까요.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 말입니다.
오히려 일확천금의 꿈을 판매하고 전국적인 한탕주의
분위기를 조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믿기 어렵겠지만 이는 17세기 말 영국 런던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입니다.

당시 영국 정부는 프랑스와의 힘겨운 전쟁으로
텅 비어버린 국고를 채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국가 공인 복권을 발행했습니다.

이 복권 열풍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섰습니다.
영국 사회 전체의 위험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습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있던 투자, 투기, 그리고 도박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릿해진 경계선 위에서
주식 시장의 투기 광풍은 더욱더 맹렬하게
타오를 수 있는 심리적 토양을 얻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17세기 말 런던을 휩쓴 복권 열풍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분석하고자 합니다.


제1부: 국가가 설계한 일확천금의 꿈과 그 심리적 파장

17세기 말 영국은 프랑스와의 지루하고 소모적인 전쟁에
깊숙이 휘말려 있었습니다.
전쟁은 돈 먹는 하마였고 늘어나는 전쟁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영국 정부의 재정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죠.

세금을 더 걷자니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 뻔했습니다.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정부는 네덜란드와 같은 선진 금융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아주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깁니다.
바로 국가 재정 확보를 위한 대규모 복권 발행이었습니다.

밀리언 어드벤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1694년 토머스 닐(Thomas Neale)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온갖 종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던 인물입니다.
그의 주도하에 영국 최초의 국가 공인 복권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밀리언 어드벤처(The Million Adventure)입니다.

이 복권의 구조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첫째, 높은 당첨금과 장기적인 안정성이 있었습니다.
1등 당첨자는 무려 16년 동안 매년 1,000파운드라는
거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당시 웬만한 귀족의 연 수입을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금액이었죠.
“이 복권 한 장이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둘째, 꽝 없는 복권으로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줄였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당첨되지 않은 이른바 꽝 복권(blanks)에게도
16년 동안 매년 1파운드의 이자를 지급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오늘날의 복권과는 아주 다른 방식이죠.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최소한 원금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손실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했습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손실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을
가장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정부가 이 공포를 일정 부분 제거해 준 셈입니다.

셋째, 합법성과 신뢰성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복권은 국가가 직접 발행하고 보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온갖 사기성 프로젝트들이 난무하던 당시 상황에서
국가의 신용을 등에 업은 밀리언 어드벤처는
그 어떤 투자 상품보다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10파운드짜리 복권 10만 장은 순식간에 팔려나갔습니다.
런던 시민들은 너도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복권 판매소 앞에 길게 줄을 섰습니다.

정부가 심어준 한탕주의와 위험 인식의 마비

밀리언 어드벤처의 성공은 단순히 정부 재정에
도움을 준 것을 넘어섰습니다.
영국 사회 전체의 심리에 아주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바로 국가가 공식적으로 한탕주의를 인정하고
부추긴 첫 번째 사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부의 축적은 주로 근면 성실한 노동이나
오랜 기간에 걸친 저축과 신중한 투자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외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러분,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오직 운만 좋으면
단숨에 벼락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던 위험과 보상의 관계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위험 인식이 마비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설마 잘못되기야 하겠어?”
“꽝이 나와도 손해는 안 보잖아!”

이런 생각은 사람들로 하여금 일확천금이라는
달콤한 보상에만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면에 숨겨진 확률의 냉혹함이나 기회비용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투기와 도박의 경계가 붕괴되었습니다.
국가가 복권을 통해 운에 기반한 부의 재분배를 공식화하면서
건전한 투자와 투기 그리고 순수한 도박 사이의 경계선이
급격하게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나 복권을 사는 것이나
결국 대박을 노리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져나갔습니다.

이는 곧이어 주식 시장에서 벌어질 온갖 투기적인 행태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크게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결국 밀리언 어드벤처는 단순한 자금 조달 정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영국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생각을 심어준 거대한 사회 심리 실험과도 같았습니다.

“운과 기회만 잘 잡으면 인생은 한 방!”
그리고 이 실험의 성공은 곧 런던 전체를 거대한 복권판으로
만드는 광풍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제2부: 런던을 휩쓴 복권 광풍과 심리적 전염병

금빛 색종이 조각이 흩날리는 가운데, 오래된 유럽풍 건물 앞에 모여 축제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

밀리언 어드벤처의 대성공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같았습니다.
국가가 대박의 꿈을 판매하기 시작하자 런던의 거리에는
온갖 종류의 복권들이 마치 홍수처럼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복권 광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섰습니다.
사회 전체의 정신을 멍들게 하는
심리적 전염병처럼 번져나갔습니다.

모든 거리가 도박판으로 변하다

국가 공인 복권이 큰 인기를 끌자 돈 냄새를 맡은
수많은 개인 사업가들이 너도나도 사설 복권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사설 복권이 난립했습니다.
밀리언 어드벤처를 기획했던 토머스 닐조차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러 개의 사설 복권을
운영했을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요.

신문에는 매일같이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복권 광고가 넘쳐났습니다.
“행운을 향한 절호의 기회!”
“당신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습니다!”

페니 복권과 복권 쪼개 팔기가 등장했습니다.
투기의 열기는 부자들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돈 1페니만 있어도 참여할 수 있는
페니 복권(Penny Lotteries)까지 등장했습니다.
가난한 서민들과 아이들까지도 한탕의 꿈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체인지 앨리의 스톡잡버들은 10파운드짜리
비싼 밀리언 어드벤처 복권을 여러 조각으로 잘게 나누었습니다.
마치 주식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되팔기도 했습니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투기판으로 끌어들이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죠.

복권이 돈처럼 쓰이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복권은 단순히 당첨을 기대하는
종잇조각을 넘어섰습니다.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사람들 사이에서
돈처럼 거래되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복권이 인기가 높아지면 당첨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복권 자체의 가격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특정 가수의 한정판 앨범이나 인기 있는
운동화가 실제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과
유사한 현상입니다.

복권이 화폐처럼 유통되었다는 것은 당시 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투기 열기에 휩싸여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대중심리의 관점에서 본 복권 광풍

이러한 복권 광풍을 단순히 “사람들이 돈을 좋아해서”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대중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모방 심리와 사회적 증거가 있었습니다.
“옆집 사람도 사고, 친구도 사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복권을 사는데, 나만 안 사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거 아닐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걸 보면 분명히 좋은 기회일 거야!”
이런 모방 심리와 사회적 증거의 원리가 작동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보다는 다수의 행동을 따르는 것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복권 광풍은 이러한 대중심리를 타고
더욱 거세게 번져나갔습니다.

거의 당첨될 뻔한 경험의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복권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깝다! 숫자 하나만 더 맞았으면 1등인데!”와 같은
거의 당첨될 뻔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사람들에게 “다음번에는 진짜 당첨될지도 몰라!”라는
착각과 희망을 심어줍니다.
도박과 투기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강력한 중독성을 가집니다.

가용성 휴리스틱의 함정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복잡한 확률을 계산하기보다는
자신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합니다.

당시 런던 시민들에게는 복권에 당첨될 아주 희박한
확률보다는 극소수의 성공 사례가 훨씬 더 생생하고
강렬하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복권으로 벼락부자가 되었다.”
신문과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간 성공 신화는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여 비합리적인 믿음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런던을 휩쓴 복권 광풍은 국가가 만들어낸
거대한 욕망의 용광로였습니다.

그 속에서 시민들의 건전한 저축 의욕과 근로 의욕은 녹아내렸습니다.
그 자리에는 오직 운과 요행에 모든 것을 거는
위험천만한 투기 심리만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뜨거운 불길은 곧바로 옆 동네인 주식 시장으로
옮겨붙을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제3부: 투자와 도박의 위험한 만남

런던을 휩쓴 복권 열풍은 당시 갓 성장하던
주식 시장의 성격마저 바꾸어 놓았습니다.
투자와 도박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사람들은
주식 투자마저도 복권 당첨처럼 운에 모든 것을 거는
게임으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교묘하게 이용한 프로젝터들은
주식과 복권을 결합한 기상천외한 금융 상품을
만들어내기에 이릅니다.

마인 어드벤처러스 회사의 기막힌 전략

주식과 복권의 위험한 만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마인 어드벤처러스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원래 1693년에 웨일스 지방의 은을 채굴하기 위해
설립된 광산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곧 험프리 맥워스(Humphrey Mackworth)라는
아주 교활하고 야심만만한 사업가에게 인수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성격이 180도 바뀌게 됩니다.

맥워스는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정말 기발하면서도
위험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회사의 일반 주식을 이자를 주는 채권으로 바꾸어 주면서
동시에 그 채권에 복권 당첨의 기회를 덤으로
얹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투자자들이 가진 20파운드짜리 회사 주식을
이자를 꼬박꼬박 주는 채권으로 바꿔줍니다.

하지만 진짜 미끼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 채권을 가진 사람들 중 10명 중 1명 꼴로
추첨을 통해 엄청난 보너스 상품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1등 상품은 무려 매년 2,000파운드의 수입을 보장하는
엄청난 양의 주식과 채권 묶음이었습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투자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본 전략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이자도 받고 혹시 운이 좋으면 인생을 바꿀 만한
거대한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니! 이런 좋은 기회가
또 어디 있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결국 이 회사의 주주들 중 80% 이상이
이 복권부 채권으로 전환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맥워스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회사를 키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교묘하게 설계된 금융 사기에 가까웠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맥워스는 회사의 은 생산량을
거짓으로 부풀려 보고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이자는 새로 빌린 돈으로 돌려막는 등
온갖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회사 주식을 몰래 팔아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그의 사기 행각은 드러나 회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하지만 마인 어드벤처러스 회사의 사례는 당시 투기 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으며 투자와 도박 그리고 사기의 경계가
얼마나 허물어져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황당한 아이디어의 향연

마인 어드벤처러스 회사 외에도 당시 런던에는
복권의 개념을 빌려온 황당한 프로젝트들이 넘쳐났습니다.
예를 들어 로열 아카데미 회사(Royal Academies Company)는
이렇게 광고했습니다.

“우리 회사 복권에 당첨되면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같은
외국어는 물론이고 삼각법, 요새 구축술, 복식 부기,
심지어 테오르보라는 악기 연주법까지 공짜로 가르쳐 주겠다.”

이는 마치 “우리 아파트에 청약 당첨되면 자녀 하버드 대학까지
책임지고 보내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허황된 약속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대박과 공짜라는
유혹에 약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프로젝트의 실제 사업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이성적으로 따져보기보다는 당첨되었을 때 얻게 될
환상적인 보상에만 집중했습니다.

이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심리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뭔가 이상하고 위험해 보인다”는 이성적인 생각과
“하지만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어!”라는
감정적인 욕망이 충돌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마음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위험하다는 생각을 애써 무시합니다.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복권 열풍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적 약점을 파고들었습니다.
투기 시장 전체를 비이성적인 열기로 몰아넣는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제4부: 이성과 확률 vs. 광기와 욕망

17세기 말 런던의 복권 광풍은 아주 흥미로운
역설을 보여줍니다.

한편으로 이 시대는 이성과 과학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시대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이성과 광기가
시장을 지배했던 시대였습니다.

이 상반된 두 모습은 당시 사람들의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창이 됩니다.

도박판에서 탄생한 확률의 과학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두 개의 주사위, 두루마리 형태의 종이, 그리고 오래된 디자인의 트럼프 카드들
흥미로운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주사위와 카드.

놀랍게도 복권이나 주사위 던지기 같은 도박과 투기는
현대 확률론과 통계학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떤 선택이 나에게 가장 유리할까?”
이런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진 것이죠.

당시 영국의 위대한 과학자였던 아이작 뉴턴과
유명한 관리이자 일기 작가였던 새뮤얼 피프스는
주사위 던지기의 확률에 대해 진지한 편지를 주고받으며
토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최고의 지성인들조차 도박과 확률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훗날 프랑스에서 거대한 미시시피 버블을 일으키게 되는
전설적인 투기꾼 존 로(John Law)가 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런던에서 전문 도박사로 활동하며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고도의 확률 계산을 통해 해저드(hazard)라는
주사위 게임에서 이긴 것입니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도박과 투기 현상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려는 과학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세상을 신비로운 힘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법칙과 이성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이해하려는
근대적 사고방식의 등장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광기와 욕망의 지배

하지만 이러한 이성적인 접근은 소수의 지식인들에게
국한된 것이었습니다.

실제 런던의 복권판과 주식 시장을 움직였던 것은
합리적인 확률 계산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걷잡을 수 없는 광기욕망이었습니다.

훗날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해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지적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행운에 대해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낙관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당첨될 아주 희박한 확률보다는
당첨되었을 때 얻게 될 엄청난 이익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죠.

17세기 런던의 복권 구매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이 당첨될 확률이 백만 분의 일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현실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모든 것을 걸었던 것입니다.
“내가 바로 그 백만 분의 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작가인 리처드 스틸은 복권 번호를 고르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근거가 없을 때
종종 아무런 근거 없는 상상 속의 동기를 스스로 만들어내어
행동의 이유로 삼는다.”
“왠지 이 번호가 끌린다”거나 “꿈에서 이 숫자를 봤다”는 식의
비합리적인 이유가 투자 결정을 좌우했다는 것이죠.

결국 17세기 말 런던의 금융 시장은 이성과 비이성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소수의 엘리트들은 확률과 통계를 논하며
시장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중들은 그저 자신의 운과 직감
그리고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투기의 파도에 몸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시장을 실제로 움직이고 결국 비극을
만들어낸 것은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뜨거운 욕망이었습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운과 요행을 통한 부의 축적을
인정하고 부추겼을 때 대중의 마음속에서 이성의 둑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제5부: 결론, 정부가 판을 깔아줄 때 투기는 광기가 된다

17세기 말 런던을 휩쓴 복권 열풍은 당시 영국 금융 시장과
사람들의 심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국가의 정책이 대중의 투기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더 큰 금융 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투자와 도박의 경계선을 허문 정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정부의 행동이 투자와 도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경계선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밀리언 어드벤처 복권의 성공은
“국가도 보증하는 대박의 기회”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을 감수하고
운에 모든 것을 거는 행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었습니다.

이전까지 투기나 도박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조차 쉽게 복권 구매에 동참했습니다.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괜찮겠지”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한번 무너진 심리적 장벽은 주식 시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들은 복잡한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고 신중하게 투자하는 대신
주식 투자마저도 복권 당첨처럼 운과 정보에 의존하는
게임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마인 어드벤처러스 회사처럼 주식과 복권을 결합한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결국 정부의 복권 정책은 의도치 않게 주식 시장을
더 투기적이고 불안정한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셈입니다.

한탕주의의 전염과 그 위험성

복권 열풍은 런던 사회에 한탕주의라는
심리적 전염병을 퍼뜨렸습니다.


근면 성실하게 일해서 차근차근 부를 쌓는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오직 운과 기회를 통해 단숨에 인생을 역전하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건전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킵니다.
사회 전체를 비생산적인 투기 활동에 몰두하게 만드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심리적 전염은 결국 더 큰 버블의 토양이 되었습니다.
복권을 통해 한탕의 맛을 본 사람들 혹은 그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 크고 짜릿한 자극을 찾아
주식 시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곳에서는 프로젝터들이 들려주는 달콤한 성공 스토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죠.

복권 열풍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깔아놓은 투기의 판 위에서
주식 버블이라는 더 위험한 불꽃이 활활 타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교훈

17세기 말 런던의 복권 광풍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정부의 정책은 단순히 경제 지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방식 즉 대중의 심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은 자신들의 결정이 가져올
심리적 파급 효과까지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대중의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우리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과연 투자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도박을 하고 있는가?”
그 경계는 생각보다 희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합리적인 판단 대신
그저 “오를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나
“남들이 하니까”라는 군중심리에 의존하고 있다면
300년 전 런던의 복권 구매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17세기 런던의 복권 열풍과 그 뒤를 이은 주식 시장의 광기는
이후 수많은 버블의 역사 속에서 계속해서 재현되어 왔습니다.
이름과 모습만 바꾼 채 말입니다.

과거의 실수를 통해 배우고 돈을 향한 우리의 뜨거운 욕망을
이성적으로 통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이것만이 이러한 위험한 사이클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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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글을 참고하여 내린 투자 결정과 그 결과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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