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실험: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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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될 수 없는 이유 (대한민국 베네수엘라 비교 분석)한국은 “제 2의 베네수엘라화 됩니다!” …그들은 왜 이민을 준비하지 않을까?

이전 편에서 우리는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경제 구조를 비교하며
베네수엘라화라는 주장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선동은 논리가 아니라 공포를 먹고 자랍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조장하는 공포의 실체를
직접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편은 그들의 주장이 현실이 된다는 극단적인 가정 하에 펼쳐지는
대한민국 붕괴 가상 시뮬레이션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나라가 망한다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입니다.

이 끔찍한 사고실험을 통해 우리는 특정 주장이 얼마나 많은 비현실적 전제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현재가 얼마나 지켜낼 가치가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특정 주장의 비현실성을 보여주기 위한 가상의 소설이며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1단계: 균열의 시작, 선의와 무관심의 합작 (가상 시나리오: 2026년 ~ 2028년)

모든 비극은 선의의 얼굴을 하고
설마 하는 집단적 안일함 속에서 시작된다고 가정해 봅니다.

[가상 설정] 달콤한 약속, K-복지의 탄생

정부가 수십 년간 이어진 저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명분 아래
재원 계획이 불확실한 전국민 기본소득 제도를 전격 도입합니다.

1인당 월 200만 원.
이 파격적인 정책에 국민 다수는 열광합니다.

TV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연일 격론이 벌어집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의 신용카드를 미리 긁어 쓰는 것과 다름없다”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 전체가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간곡하게 경고합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엘리트의 오만”이라는
여론의 파도 앞에 힘없이 묻힙니다.

금융 시장의 냉혹한 경고: 여의도의 불이 꺼지다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자본 시장입니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지속 불가능한 재정 확대가 국가 신용도를 흔들 것”이라는 리포트가 나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합니다.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코스피 지수는 연일 폭락합니다.

원-달러 환율은 1,800원을 넘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원을 돌파합니다.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서지만 역부족입니다.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소진된다는 소식이 퍼지며
달러를 사두려는 달러 사재기 현상이 벌어져 환율 상승을 더욱 부채질합니다.

생활 물가의 역습: 서서히 조여오는 압박

환율 급등은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 속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온전히 깨닫지 못합니다.

매달 꽂히는 기본소득이 물가 상승분을 어느 정도 상쇄해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요즘 물가가 올랐네” 정도의 불평을 하면서도
“그래도 기본소득 덕에 살만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기업의 비명과 탈한국의 서막

진정한 공포는 수출 대기업에서 먼저 감지됩니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자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됩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은 일부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희망퇴직을 발표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백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을 무기한 보류합니다.

더 나아가, 위기를 감지한 일부 대기업들은 비상 경영 계획에 따라
본사 핵심 기능과 R&D 센터를 싱가포르와 미국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물밑에서 시작합니다.
이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조용한 탈한국의 시작이었습니다.

2단계: 가속화되는 붕괴, 일상의 파괴 (가상 시나리오: 2029년 ~ 2031년)

이제 붕괴는 뉴스를 넘어
구체적인 일상 속으로 점차 잠식하기 시작합니다.

통제 불능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숫자의 의미가 사라지다

세수 급감으로 재정이 바닥난 가상의 정부는
결국 화폐 발행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선택합니다.

한국은행을 압박해 윤전기를 돌려 돈을 찍어내자
인플레이션은 통제 불능의 괴물이 되어 사회 전체를 집어삼킵니다.

살인적인 환율 폭등: 아침에 고시된 원-달러 환율이 5,000원이었다면
퇴근 무렵 암시장 환율은 8,000원을 넘어섭니다.
1년 뒤 공식 환율은 의미 없는 5만 원대가 되지만
실제 시장에서 1달러 지폐 한 장을 구하려면 10만 원, 20만 원을 줘도 구하기 힘들어집니다.

월급이 녹아내리는 시대: 월급날 오전에 500만 원을 받아도
그 가치는 오후가 되면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사람들은 월급을 받자마자 쌀이나 통조림 같은 실물 자산으로 바꾸기 위해 마트로 달려갑니다.

한때 1,000원이었던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은 20만 원을 호가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지갑 대신 돈뭉치를 담을 백팩을 메고 다닙니다.

기업의 연쇄 도산과 일자리의 소멸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강력한 가격 통제를 시행하자
시장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집니다.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 수 없게 된 식품 공장과 축산 농가가 생산을 중단하고
이는 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집니다.

대기업의 완전한 탈출: 사유재산 몰수와 같은 법치 붕괴 조짐이 보이자
물밑에서 이전을 준비하던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을 떠납니다.
R&D 센터와 본사를 해외로 완전히 이전하고 국내 공장들은 문을 닫습니다.
강남과 판교의 화려했던 오피스 타워들은 텅 빈 유령 건물로 변해갑니다.

중소기업의 비명: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던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은
하루아침에 일감이 끊겨 줄도산합니다.
수십 년간 기술을 갈고 닦아온 공장장들은 넋을 잃고
수많은 기술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앉습니다.

대량 실업 사태: 안정적인 직장의 상징이었던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까지도
월급이 가치를 잃고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합니다.
대한민국은 일하는 사람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훨씬 많은
완전한 실업 사회로 진입합니다.

텅 빈 선반, 사라진 풍요

정상적인 유통망이 붕괴하자
쿠팡의 로켓배송과 같은 시스템은 과거의 유산이 됩니다.
중고 거래 앱은 기저귀 한 팩, 분유 한 통을 구하기 위한 거대한 암시장으로 변질됩니다.

3단계: 디스토피아의 일상, 처절한 생존 (가상 시나리오: 2032년 ~ )

이제 붕괴는 사건이나 위기가 아닌
우리의 일상이 됩니다.

멈춰버린 도시, 수직 슬럼이 된 아파트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도시는 하루 3~4시간의 제한 송전에 의존합니다.
상수도 공급이 끊겨 며칠에 한 번 오는 급수차에 줄을 서는 것이 일상이 됩니다.

엘리베이터의 종말: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섭니다.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을 구할 수 없고
월급의 가치가 사라진 유지보수 업체는 더 이상 기사를 보내지 않습니다.
단순한 고장이 영구적인 운행 중단으로 이어집니다.

25층에 사는 주민은 식수와 식량을 직접 계단으로 운반해야 합니다.
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사실상 집 안에 고립된 수직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이제 아파트의 로열층은 전망 좋은 펜트하우스가 아니라
걸어서 오르내릴 수 있는 2층이 됩니다.

잃어버린 세대의 탄생

희망을 잃은 청년들: 명문대를 졸업해도 갈 곳이 없습니다.
채용 공고를 내는 기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때 치열했던 SKY 대학 입시 경쟁은 이제 씁쓸한 농담거리가 되었습니다.

수백만 명의 고학력 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어
정식 일자리를 가져본 경험 없이 거리를 배회합니다.
일부는 불법적인 암시장 경제에 편입되고 일부는 범죄에 빠져들며
또 다른 일부는 코리안 난민이 되기 위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합니다.

그들의 비닐 가방 속에는
한때 희망이었던 대학 졸업장이 빛바랜 채 들어있습니다.

절망에 빠진 김대리: 판교의 IT 기업에서 일했던 김대리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는 이제 불법 택시를 운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삽니다.
그의 아이가 아파도 동네 병원에는 의사는 있지만 약과 의료기기가 없습니다.
그는 결혼반지를 팔아 암시장에서 항생제 한 줄을 구해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매일 밤 시달립니다.

달러를 가진 자들의 세상, 보데곤의 등장

위기를 감지하고 자산을 달러나 금으로 바꿔놓은 소수와 부패한 권력층은
새로운 지배 계급이 됩니다.
그들은 헐값에 나온 강남의 빌딩과 공장을 사들이고
수입을 독점하며 막대한 부를 쌓습니다.

이들을 위한 달러 결제 전용 고급 상점 보데곤이 생겨나고
높은 담벼락과 사설 경비원으로 둘러싸인 그린존에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그들만의 풍요를 누립니다.

엑소더스, 탈출하는 사람들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나라를 떠나기 시작합니다.
이 가상의 비극 속에서는 작은 목선을 타고 일본으로 밀입국하려다 조난당하는 소식이나
굶주림을 피해 북쪽으로 넘어가려는 탈남민이 속출했다는 뉴스가 들려옵니다.

결론: 논리의 비약이 만든 공포, 그리고 진짜 교훈

이 처절하고 상세한 가상 시뮬레이션은
“한국이 베네수엘라화 되고있다”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구호가
얼마나 현실성 없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합니다.

그들의 주장이 현실이 되려면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수많은 비현실적인 전제 조건들이
동시에 그리고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려야만 합니다.

  • 첫째, 다각화된 한국의 수출 경제가 하루아침에 단일 자원 경제처럼 퇴화해야 합니다.
  • 둘째,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주권자로서의 국민들이 갑자기 모든 비합리적 결정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돌변해야 합니다.
  • 셋째, 사법부의 독립성, 중앙은행의 중립성, 유능한 관료제, 감시 언론 등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제도적 방화벽들이 아무 저항 없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려야 합니다.
  • 넷째, 미국과의 동맹을 비롯한 전 세계의 외교 및 경제 관계망이 순식간에 증발하고 국제 사회의 고아로 전락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실의 복잡성을 무시한 논리의 비약이자
대중의 불안감을 자양분으로 삼는 공포 마케팅의 실체입니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특정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 하나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100년 가까운 석유 의존적 경제 구조
짧은 민주주의의 역사와 뿌리 깊은 부패
권력 분립의 체계적 파괴 등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낸 총체적 실패입니다.

진짜 질문은 “우리가 베네수엘라가 될 것인가?”가 아닙니다.
이 잘못된 질문에서 벗어나 우리는 진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총체적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를 더욱 강건하게 만들 수 있는가?
우리 앞에 놓인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더 현명하고 지속 가능한 길을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

베네수엘라의 교훈은 복지는 악이라는 단순한 구호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더 정교하고 더 투명하며 더 민주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훨씬 더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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