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역사 : 영국 의회를 매수한 동인도 회사 주식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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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국회의원을 매수하다

17세기 말 런던의 금융 시장은 온갖 기상천외한
프로젝트와 복권에 대한 열기로 들끓고 있었습니다.

그 혼란의 이면에서는 더욱 어둡고 위험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대 최고의 권력과 부를 자랑했던
거대 기업과 정치인들 사이의 추악한 뒷거래였습니다.

특히 동인도 회사(East India Company)를 둘러싸고 벌어진
뇌물 스캔들은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갓 태어난 주식 시장이 얼마나 쉽게 부패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돈을 향한 인간의 탐욕이 국가의 기강마저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나쁜 기업이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식의 간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사건의 핵심에는 주식과 옵션이라는
최첨단 금융 기법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뇌물 수단으로 교묘하게 활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돈과 권력이 만났을 때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변질되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한 동맹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지를 심층적으로 알아볼 것입니다.

이는 3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깊은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제1부: 기업의 왕 동인도 회사,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다

이 충격적인 스캔들의 전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먼저 당시 동인도 회사가 영국 사회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본다면 동인도 회사는 단순히
규모가 큰 회사를 넘어선 존재였습니다.

마치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초일류 기업에
미국 국방부의 일부 기능을 합쳐놓은 듯한
어마어마한 존재였습니다.

대영제국의 숨은 지배자, 동인도 회사

동인도 회사는 영국 국왕으로부터 특별한 허가를 받았습니다.
인도와 아시아 지역과의 무역을 독점했던 회사였죠.
이 회사는 향신료, 비단, 차 등을 수입하여
영국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습니다.

황금빛 깃털 펜으로 서류에 서명하는 손과, 그 위로 빛나는 상승 그래프가 그려지는 모습

동인도 회사의 주식은 17세기 말 런던 주식 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인기 있는 주식이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최고의 우량주 또는 블루칩이었습니다.

많은 귀족과 부유한 상인들이 이 회사 주식을 보유했습니다.
이 회사의 주가 변동은 런던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였습니다.

더 나아가 동인도 회사는 단순히 무역만 하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자체적으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아시아의 넓은 지역을 식민지처럼 다스리며
세금을 걷고 법을 집행했습니다.
거의 하나의 작은 국가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기업의 왕이자 대영제국의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존재였던 셈입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불러온 절체절명의 위기

이렇게 막강한 힘을 자랑하던 동인도 회사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1693년 3월 회사는 영국 정부에 내야 했던
특별 세금을 납부 기한 안에 내지 못했습니다.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의 시각으로는 단순한 세금 체납 문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법에 따르면 이는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국왕이 부여한 모든 사업 독점권 즉 회사의
사업 허가증(charter)이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은 동인도 회사의 독점적 지위를 호시탐탐 노리던
경쟁 세력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들은 즉시 새로운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동인도 회사의 독점은 끝났다!
우리에게 새로운 사업권을 달라!”
그들은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로비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동인도 회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입니다.
만약 아시아 무역 독점권을 잃게 된다면
회사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무너질 수도 있었습니다.
회사의 주주들과 이사들은 엄청난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감은 그들로 하여금
절박하고도 위험한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의회와 정부의
핵심 인물들을 돈으로 매수하는 것이었습니다
.

이로써 런던의 정치 중심지인 의회와 금융 중심지인
체인지 앨리 사이에서 거대하고도 추악한 로비 전쟁의
막이 오르게 된 것입니다.


제2부: 주식이라는 신종 뇌물, 로비의 기술은 어떻게 진화했나

회의실에 앉은 사람들이 거대한 손에 의해 조종되는 꼭두각시처럼 줄에 매달려 있는 풍자적인 그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동인도 회사와
그 자리를 노리는 경쟁 세력은 치열한 로비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두 집단은 영국 의회를 상대로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로비 방식은 단순히 돈다발을
몰래 건네는 식의 구시대적인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새롭게 떠오르던 금융 상품인 주식을
아주 교묘하고 세련된 뇌물의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돈다발보다 강력한 뇌물, 주식의 심리학

왜 하필 주식이 뇌물의 도구로 선택되었을까요.
여기에는 주식만이 가진 아주 특별한
심리적 효과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이해관계의 일치입니다.
어떤 정치인에게 현금 1,000파운드를 주는 것과
우리 회사 주식을 주는 것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현금을 받는 것은 단순히 돈을 받는 행위로 끝나지만
주식을 받게 되면 그 정치인은 그 순간부터
회사의 성공에 자신의 이익이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회사가 잘 되어야 자기가 받은 주식의 가치도 올라갑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이죠.
동인도 회사는 정치인들에게 자사의 주식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들을 단순한 로비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과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둘째는 부패의 합리화입니다.
주식을 받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부패 행위를
스스로 합리화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나는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다.
단지 유망한 회사의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를 한 것뿐이다.
그리고 내 정치적 노력을 통해 그 회사가 성공하고
주가가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죄책감을 덜 수 있었을 것입니다.

셋째는 은밀함과 부인 가능성입니다.
돈다발을 직접 주고받는 것은 증거가 남기 쉽고 위험합니다.
하지만 주식이나 주식에 대한 권리를 넘겨주는 것은
훨씬 더 은밀하고 복잡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정상적인 투자 활동이었다”고
발뺌하기도 더 쉬웠겠죠.

공짜 주식으로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다

당시에는 영향력 있는 인물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는 관행도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호의를 베푸는 차원을 넘어
잠재적인 반대 세력을 무력화시키려는 고도의 전략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 회사가 설립될 때
그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만한
유력한 귀족이나 국회의원이 있습니다.
그에게 미리 찾아가 회사 주식의 일부를
조용히 건네주는 겁니다.

공짜 주식을 받은 그 사람은 더 이상 그 프로젝트를
큰 소리로 비판하기가 어려워지겠죠.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프로젝트를
옹호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시의 한 희곡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나의 반대를 막기 위해 나에게 약간의 지분을 주었다.”
이처럼 주식은 때로는 강력한 입막음의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동인도 회사 역시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의회 내의 우호적인 세력을 확보하고
반대파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주식 시장은 점차 거대한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될 위험성을 안게 되었습니다.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은밀하게 결탁하는 곳이었습니다.


제3부: 스캔들의 중심, 악마적 금융 기법 옵션

저울 한쪽에는 두꺼운 책 더미가, 다른 한쪽에는 황금색 주식 인증서가 놓여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

동인도 회사가 정치인들을 매수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 중 가장 교묘하고 충격적인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당시 최첨단 금융 기법이었던
주식 옵션(Stock Option)을 뇌물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옵션이라는 개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옵션이란 무엇일까, 미래를 사고파는 마법의 계약

옵션은 말 그대로 선택권을 의미합니다.
주식 옵션이란 미래의 특정 날짜에 미리 정해놓은 가격으로
특정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콜 옵션(Call Option)은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A라는 회사의 주식이 현재 1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해봅시다.

어떤 정치인이 동인도 회사로부터 특별 쿠폰을 받았습니다.
“3개월 뒤에 우리 회사 주식을 100원에 살 수 있는 쿠폰.”
만약 3개월 뒤 정치인의 도움으로 동인도 회사가
큰 사업 허가를 따내서 주가가 500원으로 폭등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정치인은 자기가 가진 특별 쿠폰을 사용해서
주식을 단돈 100원에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즉시 500원에 팔아 무려 400원의 이익을
아주 쉽게 챙길 수 있습니다.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 말이죠.

풋 옵션(Put Option)은 콜 옵션과 반대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다시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정치인이 “3개월 뒤에 우리 회사 주식을 150원에
팔 수 있는 특별 쿠폰”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만약 3개월 뒤 동인도 회사가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해
주가가 50원으로 폭락하더라도 그는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자기가 가진 특별 쿠폰을 사용해서 50원짜리 주식을
동인도 회사에 150원에 팔 수 있으니까요.
이 경우에도 그는 100원의 이익을 안전하게 챙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옵션 거래는 정치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꽃놀이패나 다름없었습니다.
회사가 잘 되든 안 되든 자신은 거의 아무런 손해 없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죠.

배질 파이어브라스 경의 교묘한 풋 옵션 거래

이러한 옵션 뇌물의 구체적인 사례는 매우 유명합니다.
당시 의회 조사를 통해 드러난
배질 파이어브라스 경(Sir Basil Firebras)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국회의원이었는데 동인도 회사로부터
아주 특별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제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만약 동인도 회사가 의회로부터 새로운 사업 허가증을
성공적으로 받아내게 되면 파이어브라스 경은
자신이 보유한 동인도 회사 주식을 당시 시장 가격보다
무려 50%나 비싼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 계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나요.
파이어브라스 경에게는 이제 동인도 회사의
사업 허가증 갱신을 위해 자신의 모든 정치적 영향력을
총동원해야 할 아주 강력한 동기가 생긴 것입니다.

그가 열심히 로비를 해서 회사가 사업 허가를 받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그는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약속대로 자신의 주식을 회사에 아주 비싼 값에 팔아넘겨
단숨에 3만 파운드라는 거액을 버는 것이죠.

결국 이 계약은 아주 세련된 형태의 성과 연동형 뇌물이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법을 통과시켜주면 당신에게
막대한 부를 보장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었습니다.

다른 의원들에게 뿌려진 콜 옵션이라는 당근

파이어브라스 경의 사례가 보험성 뇌물이었다면
다른 많은 국회의원들은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뇌물
즉 콜 옵션을 받았습니다.

동인도 회사는 이들에게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나중에 우리 회사 주식을 아주 싼 고정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콜 옵션)를 드리겠습니다.”

이 약속을 받은 국회의원들은 이제 동인도 회사의
주가가 오르기만을 학수고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주가를 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자신들의 손에 있었습니다.

의회에서 동인도 회사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켜 주기만 하면
주가는 저절로 폭등할 테니까요.

이처럼 동인도 회사가 사용한 옵션이라는 금융 도구는
정치인들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완벽하게
하나로 묶어버리는 악마적인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정치인들은 이제 나라의 이익이나 국민의 삶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 받은 옵션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하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17세기 말 런던의 충격적인 진실이었습니다.


제4부: 무너진 신뢰, 드러난 진실

모자와 정장을 입은 두 남자가 밧줄을 당기며 줄다리기를 하는 흑백 사진, 뒤편에는 많은 관중이 있다

동인도 회사가 주식과 옵션을 이용하여 벌인
대담하고도 추악한 로비 전쟁은 영원히 비밀로 묻힐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이 엄청난 금융 스캔들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 진실이 밝혀지자 런던 사회는 거대한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특별 조사의 시작과 충격적인 진실의 폭로

동인도 회사의 새로운 사업 허가증 발급 과정에서
무려 20만 파운드가 넘는 거액의 비밀 자금이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영국 의회는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여 진상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사실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현금뿐만 아니라 주식과 옵션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와
정부의 고위 관료들까지 깊숙이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배질 파이어브라스 경의 교묘한 풋 옵션 거래 내용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의회의 정화 작업, 부패 정치인들의 몰락

스캔들의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의회는 더 이상 이를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의회는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패에 연루된 동료 의원들을 단죄해야만 했습니다.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국회의장은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의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정부의 최고위직 중 하나였던 각료회의 의장은 탄핵을 당했습니다.

동인도 회사의 총재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은
런던탑 감옥에 투옥되었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처벌은 당시 이 사건이 영국 사회에
미친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몇몇 정치인의 개인적인 비리 사건이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국기 문란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입니다.

회사는 영혼이 없다, 대중의 분노와 깊어진 불신

이 스캔들은 일반 대중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와 함께
강력한 불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주식회사라는 존재와
금융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었습니다.

당시의 한 평론가였던 존 폴렉스펜은
이러한 대중의 심리를 대변하여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말한다.
회사에는 몸뚱이는 있지만 영혼은 없다고.
만약 영혼이 없다면 양심도 없을 것이다.

이 말은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배신감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주식회사가 단순히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효율적인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영혼도 없고
양심도 없는 거대한 괴물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훗날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로 유명해진 대니얼 디포 역시
이 사건을 지켜보며 날카로운 경고를 남겼습니다.

정치가들이 투기꾼으로 변할 때
그 나라는 투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의 말처럼 나라를 이끌어야 할 정치인들이
기업과 결탁할 때 그 나라는 더 이상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17세기 말 런던 시민들에게
주식 시장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위험성과
부패의 가능성을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제5부: 결론, 30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교훈

어두운 배경 속에서 두 사람의 실루엣이 희미한 빛 속에서 문서를 주고받는 모습

17세기 말 런던을 뒤흔든 동인도 회사 뇌물 스캔들은
금융과 정치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최초의
대규모 부패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주식이라는 새로운 금융 도구가
어떻게 인간의 탐욕을 자극하고 권력을 부패시키는지
보여주는 무서운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았습니다.

세련된 부패의 탄생, 돈이 아닌 기회를 거래하다

이 스캔들이 이전의 뇌물 사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뇌물의 수단이 현금 다발이 아닌 주식 옵션이라는
매우 세련되고 지능적인 금융 상품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건네는 행위를 넘어섰습니다.
정치인의 사적인 이익과 기업의 성공을
아주 교묘하게 연결시켰습니다.

뇌물을 받은 정치인은 이제 단순히 돈을 받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유망한 투자 기회를 잡고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그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적극적인 공범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부패를 더욱 은밀하고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관련자들에게는 “나는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라
똑똑한 투자를 했을 뿐”이라는 자기 합리화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시장에 대한 불신, 게임의 룰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 사건은 일반 대중 즉 평범한 개미 투자자들의 마음에
주식 시장에 대한 깊은 불신을 심어주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분석하고 정직하게 투자해봤자
결국 이 시장은 힘 있는 내부자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가?”

“게임의 규칙은 이미 그들에 의해 정해져 있고
우리는 그저 들러리를 서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패배감과 냉소주의가 퍼져나갔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건전한 금융 시장 발전에
아주 큰 장애물이 됩니다.


시장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면 시장 전체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인도 회사 스캔들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신뢰 자산이 무너졌을 때 금융 시장이 얼마나 쉽게
투기판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역사적인 사례입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경고, 권력은 시장 위에 군림하는가

결론적으로 300년 전 런던의 이 낡은 스캔들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돈과 권력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과 국가의 공정한 규제 사이의
균형점은 어디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동인도 회사 스캔들은 기업의 힘이 너무 강해져
국가의 법과 질서 위에 군림하려 할 때
사회 전체가 얼마나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정치 권력이 그 힘을 견제하기는커녕
사적인 이익을 위해 그들과 손을 잡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은 발전하고 금융 상품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하지만 돈의 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사려는
기업의 유혹과 그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권력의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300년 전의 씁쓸한 역사를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 공정한 시장 규칙의 확립
그리고 돈과 권력의 부정한 결탁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깨어 있는 시민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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